238회 호반에 봄이 차오르다! 춘천 밥상

등록 2024.03.10 22:10

관리자

<238회 호반에 봄이 차오르다! 춘천 밥상> 

꽃샘추위를 뚫고 봄이 먼저 다다르는 강원도의 땅,
봄이면 단번에 떠오르는 호반의 도시, 어딘 줄 아시겠나요?
오늘의 행선지는 바로 춘천 입니다.
봄이 오는 도시에 날씨 요정이 빠질 수 있나요.
원조 날씨 요정으로, 지금은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안혜경 씨와 함께 밥상 여행에 나섰습니다.
평창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자타공인 강원도의 딸,
안혜경 씨와 함께 하니 발길이 한결 가볍더군요.

춘천 어느 산골짝, 발길 뜸한 길목에 숨어있는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오래 전 고갯길을 지나던 나그네들의 쉼터였던 곳이 이제는 
이따금 단골 손님들이나 들르는 맛집이 됐다는데요.
오래된 외관 만큼이나 이 댁에서 내는 음식들도 시간이 멈춘 듯
옛날 강원도 밥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안혜경 씨가 무척이나 반가워했던 감자밥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강원도의 정취였지요. 
지금은 흔히 보기 힘든 별미가 됐지만 과거 먹고 살기 요원했던 
강원도에서 쌀에 감자라도 섞어야만 했던 고달픈 삶이 감자밥 하나에 녹아 있었달까요
배추와 두릅을 투박하게 넣어 부쳐낸 메밀전 역시 촌스러움의 맛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강원도 음식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강릉에서 온 코다리와 직접 춘천 땅에서 키워서 
손수 말린 시래기를 넣은 코다리시래기찜까지 한 상 가득 강원도를 맘껏 음미한 밥상이었습니다.


춘천하면 버릇처럼 ‘막국수’란 말이 튀어나오지요.
막국수집만도 100여 개는 족히 넘을 춘천에서 춘천 막국수의 산 역사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1967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는 이 댁은 무려 57년 동안 3대째 운영하고 있다더군요.
단골들 사이에서, 10년 단골은 단골 축에도 못 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긴 세월 동안 변치 않는 추억의 맛으로 사랑받는 막국숫집이랍니다.
주문 즉시 만드는 메밀반죽부터 무채와 김으로 내는 단출한 구성까지 부모님이었던 
1대 주인장 때부터 57년 간 지켜온 음식 철학이라죠.
흔히 새콤달콤한 막국수 양념장에 자칫 묻어버리기 쉬운 메밀의 
구수한 향이 자극적이지 않은 간간한 이 댁 양념장도 선대의 유산이었답니다.
구수한 메밀향을 해치지 않는 간간한 양념장에, 
오로지 새큼한 무채만으로 간을 맞춰 순박한 맛이 나더군요.
57년 전 맛 그대로 이어온 막국수. 오랜 막국수 한 입 후루룩 먹다 보니, 
그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달까요?

춘천에 유명한 음식들이 많지만 아마 매운탕만큼 유서 깊은 음식은 또 없을 겁니다.
1960년대 춘천댐 건설로, 인부들이 모여들면서 춘천댐 근처 옹기종기 생긴
함바집 마을이 지금의 매운탕골이 되었다는데요. 
개천과 강을 따라 잡은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팔던 것이 유래가 된 
매운탕골의 역사는 벌써 60년이 넘었다지요.
그중에서도 손맛 좋기로 소문난 한 매운탕집으로 향했습니다.
우선 매운탕만 33년, 그전에 백반집을 10년 동안 했다는 
주인장의 손끝에서 맛깔나게 무쳐진 봄찬들이 먼저 밥상을 가득채웠습니다. 
땅두릅부터 냉이, 달래 등 
봄나물들의 향기로움에 매운탕집에 온 것을 잠시 잊을 정도였지요.
이어서 ‘뚜구리’라 부르는 동사리, ‘빠가사리’라 부르는 동자개까지 
이런 저런 잡어들이 들어간 민물매운탕이 등장했습니다.
60여 년 전, 건설 인부들이 땀에 절은 몸을 겨우겨우 이끌고 허겁지겁 먹었을 매운탕이 아마 
이런 잡어매운탕의 모습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이 댁에서는 특히 냉이와 달래를 넣어 매운탕에서도
봄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민물매운탕을 숱하게 먹어왔지만 먹으며 봄을 만끽하고 역사를 느낀 건 난생 처음이랄까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다른 맛과 이야기를 찾으며, 
매번 배우고 깨닫는 백반기행의 묘미를 한껏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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